2022년 12월 20일 추운 겨울 날이다. 평소같으면 롱패딩에, 잠바에 충전재 빵빵한 옷을 입고 다녔을텐데, 오늘은 그럴 수도 없다. 임장하는 날은 늘 그렇듯 평소의 나보다, 직장에서의 나보다 좀 더 말끔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찬바람이 온 몸에 서린다. 지금 쓰는 이 글이 첫글이지만 올해 여름에 처음 공인중개사 문을 열던것이 생각난다. 그때는 여름날인데 비가와서 꽤나 쌀쌀했었다. 공인중개사 문을 열지 못해서 집으로 돌아가 자책하고, 다음 야간 출근 전에 어렵게 문을 열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그래도 이곳 지역 전문가(?)가 함께하니 부담스러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근처 관공서에 주차를 하고 물건지로 향했다. 도보로 10분가량 이동한 듯 하다. 오늘 물건을 선택한 기준은 경매물건, 역세권(10분거리), 입찰 가능한 가격대의 준신축(15년) 아파트 였고 감사하게도 스터디에서 공투제안을 받아 자료 검토를 하기 위함이었다.
아파트에 도착해서 아파트를 살펴보니 외관상 깨끗해보인다. 기존에 정문과 옆 출입문들을 확인하고 온터라 물건지까지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물건지는 2층이었고 아쉬운건 필로티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지를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고급 외제차도 일부 보이고 단지관리가 잘되있어 보인다. 하지만 도대체 마이바흐는 왜 단지입구 인도에 올려놓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공투제안자가 주중에 방문을 하지 못한터라 공인중개사 2곳만 방문하였고 관리사무소나 다른 공인중개사 크로스체크는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맙게도 엑시트 전략 등은 설정 해둔상태에서 제안을 주셔서 집에서 나오기전에 실거래가, 호가 등만 확인하고 왔다. 관리사무소로 바로 내려와서 미납관리비 여부를 물었다. 이미 많이들 왔다가셨는지 관리사무소 답변이 엄청 빨랐다. 야간 방문시 불이꺼져있다는 공투자의 보고서 내용이 생각나서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지를 물었는데 이사갔다는 답변을 받았다. 명도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밖으로 나와서 인근 공인중개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산곡동은 인천에서도 구축아파트들이 많고 세대수가 많아서인지 단지내 부동산이 굉장히 많았다. 물건지로부터 지근거리 부동산은 거르고 외곽으로 돌며 확인하기로 했다. 옆문을 빠져나와 첫 공인중개사게 들어갔다. 물어보는 컨셉은 늘 그렇듯 투자자 컨셉이다. 처음 방문한 부동산에서 굉장히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놓치지않고 이 단지의 잇점이 무엇인지, 단점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꽤나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신다. 그러나 우리가 매각희망하고자 하는 금액에는 회의적이셨는데 낙찰받으면 찾아오겠다고 나가는데 물건 꼭 팔아줄테니 가져오란다. 여러 임장지를 다녀봤지만 요즘같은 장에서 이런 확신으로 대답해주신분은 처음이었다.
두번째 공인중개사를 열고 들어갔다. 나이 지긋하신 사장님이셨는데 역시 능구렁이처럼 질문을 피해나가신다. 이분께는 어느정도 확답을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비과세까지 보유가 낫지 않겠냐고 하신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목적은 단기매도다.
세번째 부동산을 찾아들어갔다. 비교적 젊은 사장님들이 하시는 곳이었는데, 또래의 젊은 사람이 들어오니 대화가 잘 통한다. 우리의 매각희망가격을 듣기전까지는 매매거래가 없다고 하셨는데 희망 매도 가격을 얘기하니 그 가격이면 가능할 것 같다고 적극적으로 반응이 들어온다. 낙찰받으면 이 곳도 물건을 내놔야 될 곳인 것 같다. 그런데 전세가격이 다른 부동산에서 들은 것보다 4천정도 더 싸게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상은 살펴보면 4천싸게 거래했다는 것이다.
인근에 공인중개사가 보이지 않아서 더 돌아가보았는데 가볼만한 나머지 한군데가 보이질 않았다. 날이 추워 따듯한 커피한잔만 마시고 복귀할까 하던 중 연식있어 보이는 공인중개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같이 간 일행이 질문하는 것이 어떨까하여 준비하였는데 사무실안이 많이 북적였다. 돌아나가려는데 사장님이 버선발로 뛰어나오신다. 물건지 주소를 말씀드리고 밖에서 상담을 가졌는데 무조건 가져오란다. 실거래 찍혔으니 가능하다고.. 이런 동네는 또 처음이다.
네번째 부동산까지 돌아봤으니 임장 내용을 돌아본다. 낙찰가격만 잘 받으면 꽤나 남기고 팔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투 제안자한테 바로 연락드렸다. 좋은 물건인 것 같다고.. 날은 추웠는데 임장성과가 너무 좋아 좋은 하루였다. 이렇게 좋은 결과를 듣고 커피를 마시면, 커피가 그렇게 달 수가 없다.